삼각산 백운대에서 한양땅 드센 지기를 느끼며.
- 한국의명산-100대명산
- 2020. 11. 8. 18:22
삼각산 백운대에서 목하(目下) 북악의 드센 기운을 느끼며.
100 대 명산 탐방기를 씁니다.
적어도 삼각산 백운대는 대한민국 100 대 명산 도전이라는 이름으로 오르고 싶진 않았습니다.
등산로가 어떻고, 최단 거리가 어디며, 몇 시간 걸리고 등산 난이도가 어떤지? 등의 산행 데이터를 말하고 싶지는 않은 산입니다.
개인적으로 산을 등급으로 바라보곤 하는데 백운대는 일 등급 산으로서 함부로 평 하기엔 부담스럽다는 말입니다.
한양 땅 길운(吉運)을 길이 이어가며 오늘도 천봉 만곡이 구름 위로 솟아오릅니다.
아득한 그때부터 지금까지 개성 쪽으로부터 뽑아 들이는 기운(氣運)이 넘치는 한양 산군들의 기상을 바라보며 잠시 감개무량한 마음을 금치 못합니다.
이 엄청난 기상의 산군들을 바라보며 숙연하고 감탄스럽습니다.
세월이 아무리 간들 누가 감히 한양 500년 지기(地氣)란 막말을 하겠습니까?
만고에 드센 에너지 유구히 흐를 이 기상을 보고 말입니다!
도봉산을 오르며 바라보는 북악 방향의 아름다운 전경
이제 겨우 한양의 기상은 시작에 불과하며 힘차게 타 오르고 흘러내리며 뭉치는 이 기상이 어찌 삼각산뿐이겠습니까!
아직 도봉의 감춰진 세력은 누가 열지 몰라서 그대로인 것을....
바쁜 시간에 쫓겨 올라온 날이 하필 미세먼지 가득해 흡사 하늘이 태양을 가린 것 같습니다.
오늘 백운대에서 하늘 흐린 먼지를 보며 잠시 역사 속 그 옛날 어느 날에도 개성 도읍을 앞두고 개성 지기를 몽땅 뺏어 갈 한양 삼각산이 먼지 때문에 가려져서 보지 못한 그때 그 사람을 생각하게 합니다.
뒤늦게 아무리 드센 철견(鐵犬)이 지킨 들 365일 끊임없이 뽑아내는 삼각산 흡입력을 감당하지 못함을 전설 인양 흘려버릴 일이 아님을 이제야 알게 됩니다.
북악 단풍은 붉게 타 오르고 단풍처럼 붉게 물드는 석봉들은 그 오랜 세월 받은 에너지로 달아오를 대로 달아올라 분출하는 기운을 오늘 산객은 정말 느낄 수가 있습니다.
백운대에서 인증사진
아!
북악 그 드센 에너지를 능히 감당하고 사용할 자가 누구이든가?
석양이 아닌데도 카메라에 담은 사진도 트릭을 쓴 것처럼 붉은 색깔인 것을 봅니다.
목(木)-화(火) 힘차게 타 오르는 불길이 그칠 줄 모르는 이 기상 넘치는 북악을 보시라!
한민족 유구히 자손만대에 걸쳐 세계에 우뚝 설 것이란 말을 이제야 믿게 합니다.
산을 좋아해서 산에 꽂혀 다니며 감개무량해서 동하는 마음 설레는 것이 한두 번은 아니지만 한양 땅 백운대만큼 그 엄청난 지기를 느낀 적은 없습니다.
언젠가 반드시 넉넉한 시간으로 날 한번 잡아서 좋은 카메라 가지고 다시 찾아갈 것입니다.
이곳을 언 듯 답사하며 장차 백운대 어느 천년 노송 아래 묻히고 싶은 마음까지 드는 것은 너무 큰 욕심일까..?
명산 탐방이 거듭되고 대간의 지맥들이 조금씩 그 윤곽이 드러나며 발걸음은 점점 더 바빠지는데 나의 시간은 이 좋은 계절에 속절없이 사라져 갑니다.
*
나의 후반전
후반전을 멋지게 한번 뛰고 싶어 하지만,
나무 끝에 달(月) 지듯
고개 한번 돌렸다가,
다시 보니 사라진 그 짧은 시간이
나의 안타까운 이 가을을
더욱 서럽게 합니다.
하산길 재촉하는 땅거미에
소중한 또 하나의 가을이
저무는 뒷모습을 보며...
*
抒愈
백운대에서 바라보는 산군들의 멋진 풍광
가고 싶은 산을 가는 산악회가 있다면 따라나서지만 때로는 저마다 목적이 있으니까 존중하며 절충하면서 나도 목적하는 바를 십분 이루는 것으로 만족하며 다닙니다.
이를 싫어해서 느긋하게 산을 즐기면서 목적 하는 바도 이루는 혼산 하시는 분들을 보면 이해가 가고 때로는 존경스럽습니다.
혼산은 상당한 준비가 필요하고 테크닉도 쌓아야 하는 고급 레포츠이지만 위험 또한 따르기 때문에 숙고하며 다녀야 하지요.
혼산을 위한 준비를 조금씩 하고 있는 과정이지만 좋은 날 가끔은 떠나는 즐거움은 정말 매력적입니다.
이제 머지않아 나 홀로 가고 싶은 곳에서 느긋하게 머물기도 하고 시간을 기다려 좋은 사진 한 장 담을 수 있는 때를 생각하면 아이들처럼 즐겁기도 합니다.
연관 글 목록